
지구 내부를 떠올리면 많은 사람이 비슷한 그림을 머릿속에 그립니다. 단단한 땅 아래에 끓어오르는 액체의 층이 있고, 그 아래에는 더 뜨겁고 무거운 물질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입니다. 특히 ‘맨틀’이라는 단어는 교과서와 다큐멘터리, 뉴스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지만, 막상 “맨틀은 고체일까, 액체일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자신 있게 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떤 자료에서는 맨틀이 고체라고 하고, 또 어떤 설명에서는 마치 액체처럼 흐르는 것으로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교과서에 그려진 지구 내부 단면 그림을 떠올리며 맨틀을 자연스럽게 ‘액체층’으로 상상하곤 합니다.
이 글은 바로 그 혼란에서 출발합니다. 맨틀의 상태를 둘러싼 오해가 왜 생겼는지, 과학자들은 직접 볼 수 없는 지구 내부를 어떻게 이해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고체’와 ‘액체’라는 구분이 왜 맨틀 앞에서는 단순하지 않은지를 차분하게 풀어가려 합니다. 지구 내부 구조에 대한 상식을 다시 정리하면서, 우리가 흔히 듣는 표현들 속에 숨어 있는 과학적 의미를 하나씩 짚어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입니다.

맨틀은 어디에 있고, 얼마나 큰가: 지구 내부 구조의 기본
지구의 내부는 크게 지각, 맨틀, 핵으로 나뉩니다. 이 구분은 암석의 종류와 물질의 성질, 그리고 지진파의 전파 방식 차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지각은 두께가 얇습니다. 대륙 지각은 평균적으로 수십 킬로미터, 해양 지각은 그보다 더 얇습니다. 그 아래에 바로 맨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맨틀은 지각 아래에서 약 2,900킬로미터 깊이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층입니다. 지구 반지름이 약 6,371킬로 미터라는 점을 생각하면, 맨틀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구 부피의 대부분, 질량의 상당 부분이 바로 이 맨틀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거대한 영역을 단순히 “액체” 혹은 “고체”라고 부르는 순간, 오해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교과서에서는 맨틀을 고체로 분류합니다. 이는 화학적·물리적 기준에서 틀린 말이 아닙니다. 맨틀을 이루는 물질은 기본적으로 결정 구조를 가진 고체 광물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맨틀은 수천만 년, 수억 년의 시간 규모에서 보면 매우 느리게 흐르는 성질을 보입니다. 이 점이 바로 많은 사람들이 혼란을 느끼는 지점입니다.
맨틀이 ‘액체처럼 보이는’ 이유: 시간과 관점의 문제
맨틀을 액체로 오해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흐른다’는 표현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판 구조 운동을 설명할 때, 맨틀이 서서히 이동하며 지각판을 움직이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이 설명만 들으면 맨틀이 마치 끓는 용암처럼 출렁이며 움직이는 액체라고 상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맨틀의 흐름은 사람의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닙니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액체가 몇 초, 몇 분 단위로 흐르는 것과 달리, 맨틀의 변형은 수백만 년 이상에 걸쳐 아주 느리게 일어납니다. 이 속도를 인간의 일상적인 감각으로는 체감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유리도 짧은 시간에는 단단한 고체처럼 보이지만, 아주 긴 시간 규모에서는 점성이 있는 물질처럼 변형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맨틀도 비슷합니다. 압력과 온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환경에서, 고체 결정이 완전히 녹지는 않지만 미세한 변형을 누적하며 서서히 형태를 바꿉니다. 이런 특성을 두고 ‘고체이지만 흐른다’는 표현이 사용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맨틀의 상태를 이해하려면 “지금 당장 어떤 모습인가”가 아니라 “어떤 시간 척도에서 어떤 거동을 보이는가”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지진파가 알려준 단서: 맨틀은 왜 고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맨틀의 상태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지진파입니다. 지진이 발생하면 지구 내부를 통과하는 파동이 생기는데, 이 파동은 물질의 상태에 따라 전파 방식이 달라집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두 종류의 파동입니다.
첫째는 압축파입니다. 이 파동은 고체, 액체, 기체를 모두 통과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전단파로, 고체를 통과할 수 있지만 액체에서는 사라집니다. 만약 맨틀이 액체라면, 전단 파는 그 구간을 지나지 못해야 합니다.
실제 관측 결과를 보면, 전단파는 맨틀을 통과합니다. 이는 맨틀이 기본적으로 고체 상태임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반대로 외핵에서는 전단파가 사라지는데, 이로부터 외핵이 액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물론 맨틀 전체가 완전히 균질한 고체는 아닙니다. 상부 맨틀 일부에는 부분 용융이 일어나는 영역이 존재합니다. 이곳에서는 암석의 극히 일부만 녹아 있는 상태가 됩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전체가 액체로 변한 것은 아니며, 고체 구조 속에 소량의 녹은 물질이 섞여 있는 형태에 가깝습니다.
상부 맨틀과 하부 맨틀: 같은 맨틀, 다른 성질
맨틀은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깊이에 따라 성질이 달라집니다. 상부 맨틀은 지각 바로 아래에 위치하며, 판 구조 운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 영역에서는 온도와 압력 조건 때문에 암석이 비교적 변형되기 쉬운 상태를 보입니다. 이 때문에 상부 맨틀은 종종 ‘유연하다’는 표현으로 설명됩니다.
하지만 유연하다는 말이 곧 액체라는 뜻은 아닙니다. 상부 맨틀의 암석은 여전히 결정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단지 장시간에 걸쳐 응력을 받으면 천천히 변형될 수 있는 성질을 가질 뿐입니다.
하부 맨틀로 내려갈수록 압력은 훨씬 커지고, 광물의 결정 구조도 바뀝니다. 이곳의 물질은 더 단단해지며, 흐름은 더욱 느려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질학적 시간 규모에서는 여전히 이동과 변형이 가능합니다. 이 점이 바로 맨틀이 단순한 고체 덩어리가 아니라는 인상을 주는 이유입니다.
‘용암의 바다’라는 오해: 맨틀과 마그마의 차이
맨틀을 액체로 오해하는 또 다른 이유는 화산 활동과의 연결 때문입니다. 화산에서 분출되는 마그마는 분명 액체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그 근원인 맨틀도 액체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마그마는 맨틀 전체가 녹아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맨틀의 일부가 특정 조건에서 부분적으로 녹아 생성된 물질이 마그마입니다. 이 마그마가 지각으로 이동해 화산 활동을 일으킵니다. 즉, 마그마는 맨틀의 ‘일부 변화 결과’이지, 맨틀 그 자체를 대표하는 상태는 아닙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맨틀은 끓고 있다”거나 “지구 아래에는 거대한 액체층이 있다”는 식의 표현을 사실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실제 과학적 설명에서는 이런 표현이 비유적 의미로 쓰일 뿐, 물리적 상태를 그대로 나타내는 말은 아닙니다.
결론: 맨틀은 고체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고체는 아니다
맨틀은 고체입니다. 이 문장은 과학적으로 틀리지 않습니다. 동시에 맨틀은 우리가 일상에서 떠올리는 단단한 돌덩이와도 다릅니다. 극한의 압력과 온도 속에서, 아주 긴 시간에 걸쳐 서서히 변형되고 이동하는 고체입니다. 이 독특한 성질 때문에 맨틀은 액체처럼 묘사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오해가 쌓여 왔습니다.
맨틀의 상태를 이해하는 일은 단순히 지식 하나를 추가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지진, 화산, 판 구조 운동처럼 우리가 겪는 지구의 변화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바라보는 시선을 넓혀 줍니다. 고체와 액체라는 이분법을 넘어, 자연이 보여주는 복잡한 모습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 글이 지구 내부 구조와 맨틀의 성질을 다시 생각해 보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 블로그의 다른 지구과학 글들도 함께 살펴보셔도 좋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흥미롭고 깊이가 있습니다.
이 글은 중·고등학교 지구과학 교과서의 기본 내용과 공개된 지구과학 교육 자료(예: USGS의 지진파·지구 내부 설명 자료)를 참고해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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